시사 사자성어삼국지

김정은의 마음

입력시간 : 2018-11-12 11:25:31 , 최종수정 : 2018-11-12 14:24:12, 차정식 기자

 

남북이 70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연다고 한다. 김정은이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저들의 진정성을 우리가 믿지 못해서다.

정부가 성급히 김정은에게 동조하는 모습에서 제대로 지피지기(知彼知己)를 하고 있는지 불안하다.

 


상대를 알아야 한다. 김정은의 속셈을 알아야 한다.

고대에 상대의 마음을 읽는 지혜가 존재했었다. 사마천의 사기 소진(蘇秦)전에 의하면 소진이 스승 귀곡자(鬼谷子)에게서 췌마(揣摩)를 배웠다고 한다. 소진이 처음에는 배운 이론대로 바로 사람을 설득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그래서 다시 혼자서 각고의 노력으로 체마술을 심화한 뒤 세상에 나왔다.

일개 무명인 필부 소진이 전국시대 천하를 횡행하며 합종책(合縱策)으로 여섯 나라를 설득하여 연합세력을 만들었다. 소진은 마침내 여섯 나라 재상을 지내며 진(秦)나라를 견제했다.

그의 생전에는 합종책 때문에 진나라가 중원으로 들어오지 못했으나 소진이 죽자 장의(張儀)가 연횡책(連橫策)으로 합종책을 깨뜨려, 마침내 6국은 무너지고 진(秦)나라가 천하를 통일했다.

 


소진이 배운 췌마(揣摩)는 바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내 마음에 빗대어 상대의 마음을 파악하는 고대의 심리학이자 독심술이다.

췌마는 태봉국을 세웠던 궁예의 관심법(觀心法)과 다르다. 관심법은 그의 언행으로 보아 직관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고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궁예는 왕건의 마음을 읽는데 실패하여 왕건에게 죽는다.

 


삼국지에 췌마가 도처에 들어있다. 그러나 독자는 이것을 미처 알지 못하고 지나친다. 삼국지를 읽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췌마를 체득하게 된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 시비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삼국지에 계책이 많이 나오니 그런 계책을 배워 남을 상대한다는 의미 같으나 이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삼국지를 아무리 많이 읽어도 현실에서 써먹을 잡술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 시비하지마라는 말이 생겨난 것은 바로 이 췌마가 있기 때문이다.


삼국지 췌마는 세 단계가 있다.

초급 단계의 췌마는 조조와 진궁이 도망을 가는 중에 있다. 어느 날 밤 같이 주막에서 숙박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니 진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사태를 파악한 조조가 말했다.

“어제 내가 한 말을 듣고 진궁이 떠났구나.”

전날 그가 여백사를 살해한 뒤, 진궁에게 “내가 천하 사람을 저버릴지언정 천하 사람이 나를 저버리지 않게 하겠다.”고 했던 말을 상기하며 짐작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조금만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는 낮은 단계의 췌마이다.

 

중급 단계의 췌마는 서천으로 진군하던 유비가 전세가 불리하여 형주 제갈량에게 원군을 구하는 서신을 보낸 것에 대한 제갈량의 판단이 바로 그것이다.

서신을 읽은 제갈량이 말했다.

“주공께서 누구를 나의 후임으로 하라는 말씀은 없었으나 나는 주공의 의중을 짐작한다.”

후임을 누구라고 밝히지 않았는데 제갈량은 유비의 서신을 가지고 온 사자가 바로 관우의 아들 관평이라는데 착안했다. 이것으로 유비의 마음을 알아내고 관우를 자신의 후임으로 삼아 형주 수비를 맡겼다. 이 정도의 췌마도 범인이 쉽게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급 단계의 췌마는 조조와 손권이 장강을 사이에 두고 싸우던 중, 손권이 조조에게 서신을 보냈는데 이 서신을 본 조조의 말이 바로 그것이다.

손권의 서신에는 느닷없이 이런 말이 나왔다.

 

족하불사(足下不死) 그대가 죽지 않으면

고부득안(孤不得安) 나는 편안하지 않을 것이오

 

독자가 삼국지를 아무리 읽어도 이 말의 뜻이 알 듯 말 듯 할 것이다. 그러나 조조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손중모가 나를 업신여기는 것이 아니다.”

뜬구름 같은 두 사람의 말에 대해 모종강은 조조가 손권을 영웅이라고 여기고 손권도 조조를 영웅이라고 여겨 두 사람이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한다고 했다.


 

곳곳에 있는 이런 췌마를 체득하면 은연중에 자신의 능력이 길러진다. 그래서 삼국지 세 번 읽은 사람과 시비를 하지 말라고 하는 말이 생겼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삼국지를 세 번 읽은 모택동에게 누군가 삼국지에 나오는 전술로 장개석 군대를 이겼느냐고 물었더니, 모택동은 그 많은 것을 어떻게 일일이 기억하여 전투에 적용하겠느냐고 했다. 결국 모택동이 얻은 것도 췌마이지 잡술이 아니다.

경험상 삼국지를 많이 읽은 사람은 축자(逐字)해석을 하기 전에도 직관적으로 글쓴이의 의도를 아는 췌마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물론 원문을 읽는다면.


 

남북문제가 어디 하루 이틀의 문제였는가? 한국에 어찌 지피지기(知彼知己)하는 사람이 없겠는가?

남북문제에서 이념으로 일을 성급히 선도하지 말고 냉정하게 처리한다면 보는 사람의 마음도 편안할 것이다.

서두르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불안하다. 세상일은 자기의 생각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삼국지에서는 남북한처럼 오나라와 대치하며 국경에 주둔했던 진(晉)국의 남방군 총사령관 두예(杜預)가 탄식한 말이 있다.


 

천하불여의자(天下不如意者) 세상에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십중팔구(十中八九) 열에서 여덟아홉이다

 

과거 독일인들 통일의 염원이 어찌 우리만큼 열렬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그들의 통일도 기회가 오기 전에는 속절없었다.

한반도에는 아직 통일의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리고 김정은의 속셈은 초급단계의 췌마가 아니라도 알 수 있다. 모든 것을 이렇게 쉽게 내려놓을 김정은이었으면, 자기의 형님도 죽이고 고모부도 살해하고 아랫것들을 마구 처형하면서 그토록 집요하게 오랫동안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自明)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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