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손오공의 근두운을 타고 날아올랐다

차정식의 칼럼, 읽어주는 사자성어삼국지

    

칼럼니스트 차정식

 

 

13일 안철수후보가 윤석열후보에게 여론조사로 야권의 대선후보 단일화를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그러자 국민의힘당 이준석대표는 부처님 손바닥에 있는 손오공을 묘사한 조형물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가 아니라, 역시나 했더니 역시나”라고 비아냥거렸다.

 

서유기에는 손오공이 반도대회(蟠桃大會)를 난장판으로 만든 뒤 천궁에 반란을 일으켜 자신이 옥황상제를 하겠다고 날뛰는 장면이 나온다. 천신들이 그를 감당할 수 없어 한창 곤란할 때 옥황상제를 도우러온 부처님이 손오공을 타일렀다.

“옥황상제는 억겁의 세월을 수행하고 하는 것이지 아무나하는 것이 아니다.”

손오공은 막무가내였다.

“그건 모르겠고 내가 옥황상제를 하겠으니 그냥 천궁을 내놓아라. 교의윤류좌(交椅輪流坐)이다.”

 

교의 윤류좌(交椅 輪流坐) 좋은 자리는 돌아가면서 앉는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자 부처님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나하고 내기를 하자. 네가 내 오른손 손바닥을 벗어나면 네 마음대로 하도록 도와주겠다.”

손오공이 속으로 비웃었다.

‘내가 근두운 구름을 타면 단번에 108,000리를 날아간다. 저 손바닥은 불과 사방 1자도 안 되는데 부처는 참으로 어리석구나.’

부처님이 오른손을 펴니 마치 큰 연잎과 같았다. 손오공은 여의봉을 거두고 몸을 한번 솟구쳐 부처님의 손바닥에 올라서서 외쳤다.

“자! 그럼 날아간다.”

그림자도 없고 형체도 없이 빛살처럼 날아가던 손오공이 문득 앞을 보니 붉은 고기로 둘러싸인 다섯 개 기둥이 서있는데 온통 푸른 기운에 휩싸여있었다.

“여기가 바로 하늘이 끝나는 곳이로구나. 인증표시를 하고 돌아가자. 옥황상제의 영소전은 이제 내 것이다.”

털 한 올을 뽑아 입으로 불자 먹을 잔뜩 머금은 쌍호필(雙毫筆)이 되었다. 한 가운데 기둥에다 크게 글 한 줄을 썼다.

 

제천대성 도차일유(齊天大聖 到此一游) 여기 제천대성이 왔다가노라!

 

글씨를 쓰고 바지를 내려 첫째 기둥 아래에다 한바탕 오줌을 누었다. 다시 근두운을 타고 되돌아와 출발점이었던 부처님의 손바닥에 서서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이제 천궁은 내 것이다!”

부처님이 나무랐다.

“너는 내 손바닥에다 오줌을 쌌다.”

손오공이 눈을 부릅뜨고 머리를 숙여 살펴보니 과연 부처님의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에 ‘제천대성 도차일유(齊天大聖 到此一遊)’가 쓰여있고 또 엄지손가락에서는 지린 오줌 냄새가 났다.

손오공이 크게 놀랐다.

“아니 이럴 수가! 믿을 수 없다. 다시 가서 확인하고 오겠다.”

손오공이 급히 몸을 날려 뛰어오르는데 부처님이 손바닥을 뒤집어 세게 치자 그는 서천문 밖으로 밀려나갔다. 이어 다섯 손가락으로 금(金)·목(木)·수(水)·화(火)·토(土) 즉 오행산(五行山)을 만들어 손오공을 잡아 가볍게 눌렀다.

 

손자병법의 계편(計編)에서 장예(張預)가 이런 주(註)를 달았다.

 

욕전이시지퇴(欲戰而示之退) 싸우려하면서 물러나는 것처럼 보여주고

욕속이시지완(欲速而示之緩) 서두르면서 천천히 하려는 것처럼 보여주며

근이시지원(近而示之遠) 가까이 가면서 멀리 가는 것처럼 보여주고

원이시지근(遠而示之近) 멀리 가면서 가까이 가는 것처럼 보여준다

 

지금까지 이준석대표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바로 손자병법의 계편(計編)을 실행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번에는 윤석열후보와 갈등을 극대화하여 여론의 관심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 원팀을 이루었고 이번에 또다시 단일화 효과를 증폭시키기 위해 일부러 안철수를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는 손오공이라 자극하며 일부러 자신이 세간의 비난마저 무릅썼다고 볼 수 있다.

하여튼 20일 오전 안철수는 이준석의 기대와 달리 협상결렬을 선언하며 대선 완주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제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볼 것인지 아직도 이준석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잠시 후면 말하는 사람이 없어도 결과는 자명해진다.


작성 2022.02.21 02:53 수정 2022.02.21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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