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차정식
푸틴을 향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처음부터 전쟁범재자로 규정하더니 거짓말쟁이, 독재자, 도살자 마침내 권좌에 계속 남아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까지 매우 심각한 수준의 외교적 발언을 또박또박하고 찬찬히 말하면서 ‘김도 안 나고 뜨거운 사람’의 진면목을 바이든이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심한 비난에도 러시아는 ‘푸틴 축출은 바이든이 결정할 일이 아니고 러시아 국민이 선택할 일’이라고 일단 꼬리를 내렸으나 푸틴도 사람인데 장차 계속될 비난에 얼마나 참고 견딜지 모르겠다.
이처럼 상대의 얼굴을 빤히 보고 강도를 점점 높여가면서 지속적으로 심기를 건드리고 코밑까지 파고들어 평정심과 이성을 잃게 하는 전형적인 심리전을 병법에서는 반객위주(反客爲主)라고 한다.
반객위주(反客爲主)
객병(客兵)이 도리어 주병(主兵)이 되다.
객병(客兵)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 땅으로 들어간 원정군이고, 주병(主兵)은 자기 나라에서 자신의 성을 지키는 군사인데, 주객이 전도되어 지키는 것이 유리한 주병(主兵)이 성을 떠나 객병(客兵)이 있는 평원의 전장으로 나오도록 심리적으로 자극하는 계책.
삼국지에는 서촉의 노장 황충이 정군산에서 위나라 장수 하후연과 대치하는 일이 있다.
하후연이 정군산을 위에서 굳게 지키기만 하고 교전하지 않자 황충의 참모 법정이 하후연을 전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반객위주(反客爲主)를 제안했다.
“하후연은 사람됨이 경솔하고 조급하며 용맹을 믿고 지모가 없습니다. 아군이 영채를 조금씩 앞으로 옮겨가면서 진군하여 심기를 점점 자극하면 싸우러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황충은 우선 군사들에게 상을 주어 사기를 돋운 뒤 즉시 머무르던 영채를 거두어 진군했다. 이동 거리를 짧게 하여 영채를 세우고 한 곳에 며칠씩 머무르다 다시 진군하기를 반복하여 마침내 하후연 영채의 턱밑까지 파고들었다.
황충의 계속된 도전을 보다 못한 하후연이 하후상에게 수천 명 군사를 주어 출전시켰으나 하후상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황충에게 사로잡혔다.
그래서 하후연은 자신이 전에 잡아두었던 촉장 진식과 하후상을 서로 교환하기로 협상하여 두 사람은 각자의 영채로 달려가는데 황충이 하후상의 등을 향해 화살을 날려 또 하후연의 화를 돋우었다.
화살을 맞고 달려온 하후상을 보고는 하후연이 매우 화가 나 거의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울 때 황충은 다시 정군산 맞은편 산을 점령하여 하후연의 영채를 내려다보면서 야유를 했다.
마침내 이성을 잃은 하후연이 황충의 군사가 주둔한 산 위로 치고 올라갔으나 오히려 황충이 교전을 하지 않자 하후연의 군사들은 해이해져 말에서 내려 쉬게 되었다. 이런 기회를 노리던 황충의 군사가 함성을 크게 지르며 산 아래로 쳐내려가니 하후연은 미쳐 손쓸 사이도 없이 황충의 칼 아래 쓰러졌다. 이것은 하후연이 반객위주로 인해 평정심을 잃어 당한 일이다.
반객위주는 전투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정치 현실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좌파세력의 시위는 본능적으로 반객위주(反客爲主)를 하고 있다. 광우병 시위를 점점 고조시키니 이명박 정권은 시위대와 같은 물리력을 동원하여 막으려다 힘이 빠졌고, 촛불 시위대가 집회 장소를 점점 청와대쪽으로 접근시키며 압박하니 당황한 박근혜 전대통령은 야당이 주장해야할 개헌 카드를 스스로 내놓았고 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만나겠다고 제안하여 주객이 전도되어 나왔으나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무너졌다.
번뇌는 그 마음의 발단을 찾지 않아서이고 어둠이 두려운 것은 어둠에 담긴 실체를 과대 상상해서라고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광우병 시위대의 실체를 모른 채 과도하게 겁을 먹었고, 박근혜 전대통령은 야당에게서 답을 찾을 일이 아니었고 애초 자신의 한나라당 안에 탄핵을 막을 방도가 있다는 것을 몰라서 당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속된 서방의 도움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반격하여 러시아군을 패퇴시켰으며 또 최근에는 NATO의 서방국이 러시아 접경에 공군전력을 집중하여 자극하는 것은 그 동안 서방세계에 껄끄러웠던 푸틴과 러시아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무력화시키려는 반객위주이다. 그러나 전쟁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생화학 무기나 핵무기로 확전하여 서방세계가 의도하는 전장으로 나오면 푸틴은 자기 발등을 크게 찍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