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오기 전에 풀이 먼저 눕는다, 망풍이미(望風而靡)

차정식의 칼럼, 읽어주는 사자성어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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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차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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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국회의장이 검수완박 중재안을 내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국민의힘당 권성동 원내대표가 얼른 받아 민주당보다 앞서 의총을 연 후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

투쟁 한 번 안하고 신속하게 합의한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민주당의 170석 의석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라는 권성동의 맥 빠진 변명은 ‘바람 오기 전에 풀이 먼저 눕는다’라는 망풍이미(望風而靡)의 모습이다.

 

삼국지에는 망풍이미(望風而靡) 사자성어가 두 번 나온다.

한(漢)나라 말기 연이어 흉년이 들자 백성들이 머리에 황건(黃巾)을 매고 장각을 따라 반란에 동참했는데 이에 가담한 황건적(黃巾賊)이 40~50만 명이나 되었다.

사방에서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난 반란군의 기세가 얼마나 거세었던지 관군은 황건적이 온다는 말만 듣고도 망풍이미(望風而靡)했다.

 

망풍이미(望風而靡)

바람이 오기 전에 풀이 먼저 눕다.

적군에 대한 소문만 듣고도 저항하지 않고 미리 항복하거나 달아나다.

멀리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바라본 갈대가 미리 자기가 알아서 같은 방향으로 쓰러져 대세에 저항하지 않고 지나가는 바람에 동조하는 것.

 

또 한 번 망풍이미(望風而靡)하는 일이 있다.

유비가 관우, 장비의 원수를 갚으려고 동오로 쳐들어갔다. 그래서 오반이 이끄는 서촉의 대군 70만이 장강을 따라 동오로 쳐내려가자 서천을 출발한 이후 가는 곳마다 동오군이 망풍이미(望風而靡)하니 대군은 병장기에 피도 묻히지 않고 곧장 의도(宜都)에 이르렀다.

동오의 손권이 손환을 좌도독, 주연을 우도독으로 삼아 수륙군(水陸軍) 5만으로 막으려하였으나 유비의 기세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초창기 황건적의 기세 같았으면 한나라 조정이 감당하지 못하고 나라가 전복될 수 있었으나 잠시 후 조정에서 파견한 중랑장(中郞將) 노식, 황보숭, 주준이 정예병을 이끌고 삼로(三路)로 나누어 황건적을 치고 또 각처에서 일어난 의병이 반란을 진압하니 황건적의 수괴 장각은 전장에서 병사하고 수세에 몰리던 그의 두 아우도 전사했다.

또 기세등등하게 동오로 쳐들어간 유비의 대군도 잠시 후 예기가 꺾이게 되자 이것을 기다린 동오의 장수 육손이 화공으로 공격하니 대패한 유비는 패잔병을 이끌고 마안산을 간신히 탈출하여 백제성으로 달아나 그곳에서 죽었다.

 

이번에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기세도 잠시 후면 반대하는 국민의 거센 저항에 밀려 꺾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저항 한 번하지 않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중재안을 받아들였다.

국민의힘당이 이토록 쉽게 합의를 해준 모습은 아무리 정치에 둔감한 사람이 보아도 망풍(望風而靡)가 확실하다.

 

정치인들이야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선거법 위반이나 직권남용을 검수완박하면 자기들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니만큼 정상적인 법치를 어렵게 하고 또 국익과 국민보다 자기들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심이라고 밖에 볼 수 없기에 국민의힘당도 불감청(不敢聽)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었을 것이다.

 

실제 민주당이 5년 후를 역지사지(易地思之)하지 않아서 그러는데 검수완박은 이번에 국정을 책임질 국민의힘당에게는 장래가 보장된 유리한 법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는 날 그토록 검수완박을 추진하느라 어거지를 쓴 민주당은 반드시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작성 2022.05.09 08:44 수정 2022.05.0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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