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제8회 지방선거와 함께 치른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이재명 후보는 인천 계양을 지역에서 당선되어 정치생명이 살아나고 더불어민주당은 기초단체당 등에서 참패를 당하자 박지원은 ‘자기는 살고 당은 죽었다’라고 평했다.
저번 대선에서 진 뒤, 당내의 측근들이 ‘졌지만 잘 싸웠다’고 스스로 평가를 내렸던 의도는 장차 이재명의 향방에 대해 미리 여론의 동향을 탐색하여 재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예고였던 것이다.
그 결과 다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되기는 했으나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과 반성도 없이 곧바로 정치 현장에 등장하여 ‘졌지만 잘 싸웠다’고 내세운 궁색한 변명은 결코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할 큰 정치인의 모습은 아니다.
2200년 전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 진나라가 망하고 초한(楚漢)전을 치르던 중 한신이 조나라에서 승리를 거두고 광무군을 사로잡았다. 한신은 당면한 관심사였던 연나라와 제나라를 정벌하려는데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묻자 광무군이 대답했다.
패군지장(敗軍之將) 싸움에서 진 장수는
불가이언용(不可以言勇) 용맹을 말해서는 안 되고
망국지대부(亡國之大夫) 망한 나라의 대부는
불가이도존(不可以圖存) 존립을 도모해서는 안 된다
삼국시대 말 지금으로부터 1759년 전(AD 263년) 음력 7월 초사흩날, 위나라 사람들은 10만 대군을 이끌고 촉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떠나는 종회의 출정식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때 보무도 당당히 떠나는 종회를 바라보던 서조연(西曹椽) 소제(邵悌)가 종회의 내심을 미심쩍어했으나 사마소는 걱정하지 않고 말했다.
“조정의 신하들이 촉을 정벌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마음속으로 겁을 먹고 있는 것이오. 만약 저들에게 억지로 싸우라고 하면 필패할 것이나 종회만은 반드시 촉을 정벌하겠다고 당당한 자세를 보였으니 이것은 싸움을 겁내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종회는 반드시 촉을 격파할 것이고 촉이 격파된 이후 촉나라 사람들은 나라를 잃어 매우 낙담할 것이니 더 이상 위나라에 대한 도전은 없을 것이오.
이런 말이 있지 않소.
패군지장(敗軍之將)은 불가이언용(不可以言勇)이요,
망국지대부(亡國之大夫)는 불가이도존(不可以圖存)이라.
촉이 격파된 뒤 설사 종회가 다른 마음을 품어도 촉나라 사람들이 어찌 종회를 도와 모반을 한단 말이오. 또 승리한 위군은 오직 귀국만을 생각하느라 종회를 따라 쉽게 모반하지 않을 것이오. 그러니 그다지 걱정할 것 없소. 이것은 나와 그대만 아는 것이니 절대로 누설하지 마시오.”
사마소와 소제는 촉을 정벌하러 이제 막 출정하는 종회를 두고 이미 두세 수를 앞질러 내다보았는데 과연 촉나라를 점령한 종회는 소제의 예상대로 항복한 촉의 대장군 강유와 함께 성도에서 자립을 도모했으나 사마소의 말처럼 실패하여 살해되었다.
강유 그가 위군에게 패해 이미 항복한 장수했으면 근신하고 삼갔어야하는데 부질없이 종회에게 촉나라 땅에서 자립을 하라고 유혹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마음과는 달리 대다수 위군 장수들은 자립에 동조하지 않고 귀국만을 생각하여 종회와 강유를 공격하니 촉의 도읍지 성도에서는 또 다시 대란이 일어났다. 약탈, 방화와 함께 엄청난 살육이 자행되는 와중에 스스로 항복하여 그나마 신변보호를 받던 촉나라 조정도 태자가 살해되는 참극이 일어났다.
이것은 패전지장(敗戰之將)이자 망국지대부(亡國之大夫) 강유가 자신의 처지와 현실을 잊고 근신하지 않아 일어난 비극이다.
과거 대선에서 패한 김대중 대통령이 2년 동안 영국으로 나가 은인자중했고 이회창이 낙선 후 상당기간 조용히 지냈던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 패한 이재명 역시 정치활동을 삼가야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도 국민의 정서와 현실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다시 재보궐선거에 출마하여 정치권에 들어왔으니 이제 그는 험난한 난제에 부딪힐 것이다.
서촉의 패장 강유가 근신하지 않고 설치다 성도에 크나큰 참극을 안겨준 것처럼 이재명의 섣부른 정치행보는 당장 더불어민주당에 큰 짐이 되었다. 친문과 친명의 자중지란은 말할 것도 없고 그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곱지 않은 국민의 시선이 이것이다.
패장의 신분으로 졌지만 잘 싸웠다면서 성급하게 정치에 뛰어들 것이 아니라 차라리 정치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 여유를 갖고 숙려하는 시간을 거쳐 대국민 이미지를 쇄신한 뒤에 다시 도전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싶다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