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의 야생성을 가진 이준석

차정식의 칼럼, 읽어주는 사자성어삼국지

 

칼럼니스트 차정식



 

이준석이 국민의힘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았다. 그가 당대표가 될 때만 해도 젊은 세대를 대변한 촉망받는 정치인이라고 했으나 이번 징계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면서 향후 처신에 대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준석이 기성 정치인들과 화합하지 못하고 갈등을 일으키면서 드러난 정치성향은 마치 길들여지지 않고 상품화가 어려운 살구 같은 독특한 개성이다.

 

거대한 천산산맥으로 둘러싸인 탈라스 분지에는 금년에 봄 눈의 피해를 입지 않아 살구가 대풍이다.

설빙수가 흐르는 냇가와 강낭콩이 푸르른 밭두렁 또 야산을 오르는 길섶에는 야생 살구나무가 무성한데, 7월 초순부터 익기 시작한 열매가 떨어져 지금은 마치 시골 타작마당에 콩을 털어놓은 것처럼 황금색 열매가 수북이 쌓여있다. 이처럼 지천이니 나귀를 타고 지나가는 목동은 외면하며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는 과일이지만 키르키즈스탄의 시골 마을에서는 어디를 가나 이처럼 살구나무를 볼 수 있다.

살구는 적혈구를 늘리고 성장과 빈혈에도 효과가 있으며 감염을 막고 인과 마그네슘, 칼슘, 소듐 등 미량원소가 많이 들어있는 장수 과일로 알려져있다. 실제 세계적인 장수촌인 파키스탄의 훈자지역 사람들은 겨울에 말린 살구를 즐겨 먹으며 작가 퐁트넬은 살구를 많이 먹어 100세를 살았다고 한다.

 

사과가 알렉산더의 동방원정 후 유럽에 전해졌으며 아담이 사과를 먹었다는 이야기도 비교적 최근인 AD 5세기 이후에 급조된 것인 반면, 살구는 유럽에서 삼천년 이상의 재배 역사를 가져 에덴동산 금단의 선악과가 살구라고 할 만큼 오래된 과일이나 아직은 상품화를 하기에 문제가 많다.

성격이 까다로워 봄 눈을 조금이라도 맞으면 꽃이 떨어져 열매를 맺지 못하고 또 금년처럼 눈을 피해 열매가 열렸어도 잠시 익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면 갑자기 한꺼번에 땅에 떨어져버린다. 또 익었다고 판단하여 나무에서 따면 채 그릇에 담기도 전에 손안에서 과육이 물러터지는 그야말로 야생성을 가진 길들여지지 않는 까다로운 과일이기 때문이다.

 

고대인에게는 더욱 상품화가 힘들고 유통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삼국지에는 살구가 등장하지도 않고 매실에 대한 이야기만 2번 나오니 매실은 당시에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오나라 손량이 푸른 매실을 먹으려고 꿀을 찾은 일과 위나라 조조가 유비를 청해 청매자주(靑梅煮酒)한 이야기가 있다.

 

청매자주(靑梅煮酒) 푸른 매실을 안주로 삼아 술을 데우다.

 

청매자주는 삼국지에서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유비가 허도에 체류하던 어느 날, 조조가 느닷없이 유비를 청해 소반에 담아온 청매와 데운 술 1통을 내놓고 대좌하여 술을 마시다 영웅론(英雄論)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조조는 영웅을 변화무쌍하고 상서로운 동물인 용에 비유했다.

 

능대능소(能大能小)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고

능승능은(能升能隱) 오르기도 하고 숨기도 한다

 

대즉흥운토무(大則興雲吐霧) 커지면 구름을 일으키고 안개를 토하며

소즉은개장형(小則隱介藏形) 작아지면 숨어 형상을 감추어 버린다

 

승즉비등어우주지간(升則飛騰於宇宙之間) 오르면 우주 사이를 날고

은즉잠복어파도지내(隱則潛伏於波濤之內) 숨으면 파도 속에 잠긴다

 

조조가 생각하는 영웅이란 용처럼 변화무쌍하며 임기응변에 능하고 파도 속에 잠긴 것처럼 자기 의사를 쉽게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우주 사이를 나는 듯 큰 뜻을 품어 만인을 포용하는 사람이다.

 

이준석이 비록 똑똑하고 유능하며 또 직관력까지 갖추었으나 기성 정치판에서 쉽게 동화하지 못하고 선배 정치인들과 자주 대립각을 세운 것은 살구처럼 야생성을 가진 까다로운 성격이라 할 것이다. 이번 징계의 직접적인 이유야 따로 있겠지만 조조가 영웅론에서 강조한 임기응변과 능동적인 대처 부족 또 은인자중하지 못한 것이 근본원인인데 이는 그의 개성과 연륜 탓이다.

 

철학적 탐구의 최고 목표는 자기 인식이다.

직관이란 것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종류의 경험에서 나온 의식적인 것인데, 야생성 강한 그의 개성이 경험과 직관에서 이어질 다음 단계의 자기 인식에 장애가 되어 매실처럼 대중을 품지 못하고 사람의 손길에 동화되지 않는 살구로서의 특성만 남겼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조조의 영웅론을 통찰했으면 좋겠다.


작성 2022.07.25 09:25 수정 2022.07.2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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