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문학의 시작, 상실을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목소리

투유드림의 출판 레이블 텍스티(TXTY)가 소설가 정보라의 초기 작품 세 편을 묶은 소설집 『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를 7월 20일 출간했다.


한 작가의 시작을 읽는다는 것은 그의 대표작 이전에 이미 완성되어 있던 세계를 만나는 일이다. 이름을 빼앗긴 여성, 제물로 길러진 소녀, 새끼를 잃은 길고양이. 정보라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오래전부터 중심에서 밀려난 존재들의 목소리를 문학의 중심으로 불러냈다.


정보라는 SF와 판타지, 호러의 문법 위에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불평등, 권력과 폭력의 문제를 쌓아 올리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저주토끼』와 『너의 유토피아』, 『붉은 칼』, 『한밤의 시간표』 등은 부커상 인터내셔널, 전미도서상, 필립 K. 딕상, 로커스상, 어슐러 K. 르 귄 소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세계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책은 그보다 앞선 시기에 발표한 세 작품을 통해 오늘의 정보라 문학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보여준다.


첫 번째 수록작 『내 이름을 불러줘』는 혁명 이후 이름이 사라지고 숫자로만 사람을 구분하는 국가를 배경으로 한다. 여성의 임신과 출산까지 국가가 통제하는 사회에서 주인공은 자신과 가족, 그리고 아이들의 이름을 끝까지 기억하려 한다. 이름을 부른다는 가장 작은 행위는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가장 큰 저항이 된다.


『바늘 자국』은 한국 설화와 괴담의 형식을 빌려 희생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마을 사람들은 재앙을 막기 위해 20년마다 한 명의 소녀를 요물에게 바친다. 제물이 되기 위해 길러진 소녀와 끝까지 곁을 지키는 몸종의 관계를 따라가며 사랑과 상실, 그리고 기억이 남기는 흔적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표제작 『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는 인간이 아닌 길고양이를 이야기의 중심에 세운다. 새끼들을 잃은 귀야옹 씨는 인공지능 연구자에게 거두어지고, 새끼들의 죽음을 둘러싼 감춰진 진실과 마주한다. 작품은 인간의 기술이 생명을 구하는 도구인지, 생명을 통제하는 수단인지를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되묻는다.


세 작품은 서로 다른 배경과 형식을 취하지만 하나의 질문으로 만난다. 소중한 존재를 잃은 뒤에도 그들을 기억하는 일은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지켜내는가.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후 정보라가 꾸준히 탐구해 온 지워진 존재들의 목소리와 인간 중심적 세계관의 폭력성으로 이어지며 그의 문학 세계를 관통하는 축이 된다.


『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는 텍스티가 새롭게 선보이는 HiP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HiP 시리즈는 휴대하기 좋은 판형과 부담 없는 가격, 짧은 분량 속에 높은 완성도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을 지향한다. 텍스티는 이번 출간을 시작으로 HiP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국내외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작성 2026.07.21 09:17 수정 2026.07.2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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