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깨는 생각

입력시간 : 2019-12-23 10:08:00 , 최종수정 : 2019-12-24 09:37:34, ipecnews 기자

틀을 깨는 생각

이 동 용 (수필가/인문학자)

 

독일어로 베르트는 가치란 뜻입니다. 그 뒤에 비교급의 의미를 부여하는 어미가 붙으면 베르터 혹은 베르테르가 됩니다. 더 가치 있는 것, 그것이 주인공의 이름입니다. 더 가치 있는 자가 젊은이입니다. 그 젊은이가 슬프고 아프고 고통을 느끼고 있습니다. 더 젊은 사람은 더 늙은 사람을 전제하는 개념입니다. 더 늙은 사람은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사회의 이념으로 자리 잡습니다. 그런 사회 안에서 더 젊은 사람은 괴로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늙은 사회는 도덕으로 충만해 있습니다.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도덕적 잣대로 굳어져 있습니다. 도덕이 삶을 구속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지켜야 하는 선이 분명한 사회가 늙어버린 현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회 안에서 더 가치가 있는 존재가 그 가치를 상실하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그런 삶을 살아야 하는 비극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신을 차리게 하는 신선한 공기는 온데간데없고 탁한 공기만이 폐부를 자극합니다. 가슴이 답답합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질풍노도기를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인생으로 비교하면 사춘기의 작품입니다. 저항이 본질입니다. 하지만 사회는 만만찮습니다. 현실은 잔인합니다. 기득권은 포기를 모르고, 주어진 권력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세대를 통제하려고만 합니다. 옳다는 인식을 전면에 내세우며 더 가치 있는 젊은이의 삶을 옥죕니다. 앞이 캄캄하여 길 위에서도 길을 잃고 방황합니다. 그 길은 자기 자신의 길이 아니어서 그런 것입니다.

주인공 베르테르는 결혼할 남자가 있는 로테를 사랑합니다. 운명이 결정된 여자를 사랑하게 된 것입니다. 그들의 인생에 새롭게 주어진 사랑은 금기의 사항입니다. 두 사람은 밤에, 어둠 속에서, 정원에서 사랑을 나눕니다. 사회에서 동떨어진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남의 눈을 피해가며 만남을 이어갑니다. 사회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것은 분명 불륜에 해당합니다. 하지 말아야 하는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이 금지된 나이가 있다? 더 이상 사랑을 하면 안 되는 그런 상황이 있다? 괴테는 작품을 통해 사회적으로 예민한 문제를 건드립니다. 분명 그의 작품은 불륜을 변호하는 그런 내용으로 읽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현상의 문제일 뿐입니다. 괴테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현상 이면에 있습니다. 사랑은 국경을 모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이런 말이 역겹게 들려온다면 도덕이 삶을 지배하는 자의 마음일 뿐입니다.

도덕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요? 도덕은 늘 기득권의 입장에서 양심이 되는 소리입니다. 새로운 것을 허용하지 않는 늙은 시선이 기준이 되어 모든 사물을 배타적으로만 바라봅니다. 그건 안 된다고 선을 분명하게 그어놓습니다. 그런데 그 선 안에서는 답이 없습니다. 사랑은 불가능한 것이 되고,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닌 것입니다. 사랑은 모든 일상의 틀을 깨면서 다가오니까요.

작가 괴테는 현실에서 정말 귀부인을 사랑했습니다. 그 경험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켜놓았습니다. 그리고 작품 속 인물은 자살을 하게 하면서 작가 스스로는 여행을 떠납니다.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로, 신들의 세계로! 고대의 세계로! 홀딱 벗은 동상들이 신으로 인정받으며 길거리에 당당히 서 있는 그런 세계로! 답답했던 세계를 떠나 알프스 정상에 도달했을 때 그는 이미 새로운 탄생을 선언합니다. 그는 과거의 자기 자신이 아니라고. 그리고 나 또한 아르카디아에서라는 말을 이탈리아 기행의 모토로 삼습니다. 펠로폰네소스의 대자연, 스파르타의 정기가 질풍노도기를 평정하고 더 나은 가치인 고전주의로 넘어가게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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