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프랑스가 영화·영상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 투자 협력에 나선다. 양국은 향후 5년간 각각 5억 유로를 자국 영화·영상산업에 투자하는 ‘뤼미에르 파트너십’을 출범시키고, 콘텐츠 제작과 투자·유통 분야의 협력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과 프랑스가 공동 의장국을 맡아 7일 프랑스 생폴드방스 마그 재단에서 개최한 국제 영화·영상 분야 회의 ‘뤼미에르 서밋(The Lumière Summit)’을 계기로 국제 영상산업의 주요 주체들과 실질적인 협력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이번 서밋에는 전 세계 50여 개국의 영화·영상 관련 정부와 기업, 공공기관, 창작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번 행사는 영화의 탄생지인 프랑스에서 영상 분야 최초의 다자간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콘텐츠와 영상 매체의 새로운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밋 개막식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공동 의장으로 참석했다. 양국은 이 자리에서 ‘국제 영화·영상산업 투자 협력 구상’, 이른바 ‘뤼미에르 파트너십’의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뤼미에르 파트너십의 핵심은 양국이 향후 5년간 각각 5억 유로를 자국 영화·영상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총 10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통해 급변하는 영상산업 환경에 대응하고 창작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확산과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영화·영상산업의 제작과 유통 구조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양국은 이러한 산업 전환기에 정책금융 투자를 확대해 콘텐츠 창작 기반을 강화하고 국제 공동제작과 유통 협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와 프랑스 문화부 등 양국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도 구성한다. 운영위원회는 양국 간 콘텐츠 제작과 투자, 유통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뤼미에르 파트너십은 지난 6월 최휘영 문체부 장관이 프랑스 문화부 카트린 페가르 장관에게 처음 제안하면서 본격화됐다. 프랑스 문화부가 제안에 공감하면서 양국의 산업 협력 구상이 구체적인 공동사업으로 발전했다.
이번 협력은 양국 정부 차원의 투자에 머물지 않는다. 국내 기업과 국제 영상산업 주요 기관 사이에서도 콘텐츠와 기술을 연결하는 협력 논의가 이어졌다.
국내 콘텐츠 제작사 에스엘엘(SLL)은 유럽 최대 미디어 그룹 미디어완(Mediawan)과 지식재산(IP) 포맷의 한국 및 유럽 현지화와 리메이크 사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세계 시장을 겨냥한 다장르 공동제작 사업도 함께 추진한다.
네이버는 프랑스 국립시청각연구소(INA)와 인공지능 기술과 시청각 문화유산 아카이브를 결합하기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국립시청각연구소가 보유한 방대한 시청각 문화유산의 보존·디지털화 역량과 네이버의 인공지능 및 플랫폼 기술을 접목한다. 인공지능 기반 아카이브 보존·복원 공동연구와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및 경험 발굴, 전문가·세미나 교류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영화진흥위원회도 미국영화협회(MPA)와 협력 범위를 넓힌다. 양측은 신인 발굴과 인재 양성, 전문 인력 교류, 정보·지식 교류, 상영 행사 등 영화산업 전반에서 포괄적인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유럽 국가와의 영화 공동제작 기반도 확대된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서밋에 참석한 알레산드로 줄리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과 만나 ‘한-이탈리아 영화 공동제작 협정’에 공식 서명했다.
이번 협정은 올해 1월 한-이탈리아 정상회담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기존 시청각공동제작협정은 한국과 유럽연합 회원국 최소 2개국 이상이 참여해야 하는 요건이 있어 양국이 독자적인 영화 공동제작을 추진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새 협정이 시행되면 한국과 이탈리아가 공동 제작물로 인정한 영화는 양국에서 자국 영화와 같은 지위를 갖게 된다. 이에 따라 영화 발전기금 인센티브와 세액공제, 지원금 등 각종 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으며 제작 인력과 장비의 이동도 보다 원활해질 전망이다.
한국의 영상산업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과의 협력을 통해 제작과 투자, 유통의 연결망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특히 정부 간 투자 협력에 민간기업과 영화기관의 공동사업이 더해지면서 K-콘텐츠의 해외 진출 방식도 개별 작품 중심에서 장기적인 산업 협력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문체부는 이번 서밋을 계기로 마련된 양국 간 협력 기반을 다양한 국가와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국제적 동반자 관계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K-콘텐츠의 해외 진출 지역과 방식을 다변화하고 세계 영화·영상산업의 새로운 협력 질서를 만들어간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