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술에 2,406억원 역대 최대 예산…K-컬처 ‘기술 산업화’ 본격 시동

문화체육관광부가 2027년 문화기술 생태계에 역대 최대 규모인 2,406억원의 정부 예산을 투입한다. 대형 연구개발 사업부터 기업 현장형 기술개발, 사업화 지원, 민간투자를 연결하는 구조를 갖추면서 문화기술을 K-컬처의 미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는 2027년 문화기술 생태계 정부 예산안으로 2,406억 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연구개발(R&D) 1,774억 원, 사업화 지원 보조금 32억 원, 문화기술 펀드 600억 원이 포함된 규모로 2026년 2,115억 원보다 290억 원(13.7%) 증가했다.


핵심은 기술개발에 머물렀던 문화기술 정책의 범위를 시장 진입과 투자까지 확장했다는 점이다. 2027년 주요 연구개발 예산은 1,703억 원으로 전년보다 18.2% 늘었으며, 별도의 사업화 지원과 펀드를 통해 개발된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후속 단계까지 지원한다.


특히 문체부가 2003년 문화기술 연구개발 사업을 시작한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대형 R&D 사업을 추진한다. ‘케이-컬처 라이브 공연향유 경험 혁신 기술개발 사업’에 250억 원을 투입해 콘서트와 스포츠 등을 실제 현장에 있는 것처럼 체감할 수 있는 고도화된 관람 기술을 개발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공연 제작·연출 기술을 비롯해 원격공간의 특성을 반영한 실감 콘텐츠와 고해상도 영상, 밝기, 음향 등을 최적화하는 기술이 개발 대상이다. 대형 공연장의 기반시설 부족으로 발생하는 관람 기회의 제약을 기술로 보완하고 한국 주도의 생중계 플랫폼을 구축해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대상으로 한 기술개발도 국가 차원의 과제로 추진된다. ‘전통의 재가치화를 통한 케이-뮤지엄 글로벌 선도 기술개발 사업’에는 62억 원이 반영됐다. 이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우리의 과학(K-Science) 프로젝트’와 ‘2027년 국민체감 연구개발(R&D) 사업 10선’에도 포함됐다.


사업은 문화자원의 전 주기를 하나의 기술 체계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고분 등의 비파괴 탐사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보존환경 관리, 유물의 의미와 서사를 담은 지식 데이터 구축, 창작에 활용할 AI 에이전트 개발까지 이어진다. 전통문화 자원을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콘텐츠와 산업적 가치로 전환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기업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도록 50억 원 규모의 ‘케이-컬처 현장 솔루션 기술개발’도 신설한다. 기업이 주도하는 1년 단위 단기 R&D와 출연연구기관·대학 등의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약형 과제로 구성된다.


선행사업에서는 단기 자유공모 R&D를 수행한 기업 가운데 매출이 증가한 기업의 비율이 69%였으며 5년 후 생존율은 85.5%로 나타났다. 일반 문화산업 기업의 5년 차 생존율 24.3%와 비교하면 기업의 기술 경쟁력 확보가 시장 생존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공지능 확산 과정에서 커지는 저작권 문제에도 기술로 대응한다. 31억 원 규모의 ‘AI 저작권 신뢰 거버넌스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AI 학습데이터의 적법성과 출처, 권리 정보를 검증하고 AI 생성물에 대한 기존 콘텐츠의 기여도를 산정·정산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이는 AI 기업과 창작자가 충돌할 수 있는 저작권 문제를 관리 가능한 산업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AI 산업의 데이터 활용도 가능하게 하는 신뢰 기반을 기술적으로 구축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술개발 이후 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후속 체계도 마련된다. 문체부는 2027년 ‘케이-문화기술 글로벌 사업화 및 시장 창출 지원’ 사업을 신설해 그동안 R&D 성과와 시장 사이에 존재했던 공백을 줄일 계획이다. 개발된 기술을 사업화하고 시장을 만들며 해외 진출로 연결하는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투자 기반도 확대된다. 문체부는 2026년 처음으로 정부 600억 원과 민간 400억 원을 결합한 1,000억 원 규모의 문화기술(CT) 펀드를 조성했다. 2027년에도 같은 규모의 펀드를 지속적으로 조성해 기술개발과 고도화, 상용화 전 단계에 걸쳐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문화기술 정책을 집행할 전담 체계도 이미 강화됐다. 문체부는 지난 2월 R&D 전담 인력을 늘리고 연구개발과 사업화 촉진을 맡는 ‘문화기술과’를 신설했다. 이어 4월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내에 연구개발 평가·관리와 성과 창출을 전담하는 부설기관인 한국문화기술기획평가원을 출범시켰다.


2027년 문화기술 예산의 특징은 투자 규모보다 자금이 흐르는 경로가 달라졌다는 데 있다. 기술을 개발하고 끝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화한 뒤 민간투자와 해외시장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K-컬처의 경쟁력을 콘텐츠 자체에서 기술과 산업 생태계까지 확장하려는 정책 전환이 시작된 셈이다.

작성 2026.09.08 10:26 수정 2026.09.0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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