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K-콘텐츠 불법유통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태국의 수사 협력이 한층 강화된다. 문체부가 태국 왕립경찰 중앙수사국과 손잡고 저작권 침해 범죄에 대한 공조수사와 수사정보 공유에 나선다. 앞서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활동한 대규모 불법 IPTV 조직을 국제공동작전으로 적발한 데 이어 제도적 협력체계까지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는 9월 8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호텔에서 태국 왕립경찰 중앙수사국과 ‘저작권 보호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양 기관은 K-콘텐츠를 포함한 저작권 침해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법 집행 작전을 협력하고 관련 범죄와 수사 정보를 공유한다. 저작권 보호 제도와 인식 제고 활동에 관한 정책도 교류할 예정이다.
태국 왕립경찰 중앙수사국은 지식재산권 침해를 비롯해 조직범죄, 사이버범죄, 경제·금융범죄, 국제범죄 등을 수사하는 법집행기관이다. 해외에서 서버와 운영조직을 두고 콘텐츠를 불법 유통하는 범죄 특성상 양국 수사기관 간 정보 공유와 현지 공조는 피해 확산을 막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 국제공조 수사의 성과도 이미 확인됐다. 문체부는 올해 2월 경찰청, 인터폴, 태국 왕립경찰, 말레이시아 왕립경찰, 미국 국토안보수사국과 함께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한 불법 IPTV 운영조직을 대상으로 국제 공동작전을 벌였다.
해당 조직은 2015년부터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K-콘텐츠를 포함한 전 세계 방송·영상 콘텐츠를 불법으로 유통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tvN, KBS World, SPOTV 등 국내 방송 채널 8개를 포함해 전 세계 실시간 방송 채널 426개와 VOD 8천여 편을 불법 유통했으며 K-콘텐츠 피해액은 업계 추산 약 350억 원에 달했다.
수사기관들은 태국 치앙마이와 말레이시아 세랑고르의 피의자 거주지와 사무실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태국인 1명과 말레이시아인 3명 등 4명의 신병을 확보했으며 현지에서 증거물 분석과 피의자 조사를 이어갔다.
수사 결과 말레이시아인 2명은 4월, 태국인 1명은 5월 각각 범죄 혐의가 입증돼 현지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이번 한·태 저작권 보호 협력은 일회성 수사 지원을 넘어 이미 구축된 국제공조망을 제도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문체부와 경찰청, 인터폴은 2025년 1월 ‘온라인 불법복제 대응 프로젝트(I-SOP)’ 2차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온라인 저작권 범죄에 대한 국제공조 체계를 강화해왔다.
특히 지난해 6월 문체부가 태국 수사기관과 인터폴 관계자들을 초청해 개최한 ‘저작권 보호집행 국제공조회의’가 양국 수사기관의 협력 기반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당시 형성된 신뢰관계가 올해 국제공동작전에서 태국 왕립경찰의 협조로 이어졌고 이번 업무협약으로 다시 제도화되는 흐름이다.
K-콘텐츠의 해외 소비가 커질수록 저작권 침해 역시 국경을 넘어 조직화되고 있다. 불법 사이트와 IPTV 운영조직이 해외에 기반을 두고 콘텐츠를 원격으로 송출하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한 국가의 수사력만으로는 범죄의 전체 구조를 추적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문체부는 앞으로 인터폴 등 국제 수사기관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다국가 공조수사를 확대하고 국가 간 정보 공유를 강화할 계획이다. 콘텐츠가 국경을 넘어 유통되는 만큼 저작권 보호 역시 국경을 넘어 작동하는 수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