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 상담번호 ‘109’가 방송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과 연결되는 새로운 방식이 시도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MBC가 공동 기획한 <플레이리스트 109>가 8회 방송을 통해 3,300여 건의 국민 참여와 109곡의 ‘버팀 노래’를 모으며 캠페인의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다.
<플레이리스트 109>는 지난 7월 21일 첫 방송을 시작해 매주 화요일 밤 9시 시청자를 만났다. 출발점은 “오늘, 당신을 버티게 한 노래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었다.
누군가에게 노래는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한 기억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실과 방황을 지나온 시간을 설명하는 언어였다.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을 지탱해준 노래를 꺼내놓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공감의 접점을 만들었다.
캠페인이 주목한 것은 자살예방 상담번호 109의 의미를 보다 친숙한 일상의 언어로 확장하는 일이었다. 위기의 순간에 도움을 요청하는 번호라는 기존 인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힘든 시간을 보내는 누구에게나 함께하는 존재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노래와 사연을 매개로 접근했다.
4회 방송에서는 실제 109 상담원이 출연해 상담 현장에서 건네는 말을 직접 전했다. “용기 내어 잘 전화 주셨다”는 말과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는 번호에 담긴 기능을 넘어 109가 사람에게 건네는 의미를 보여줬다.
출연진의 면면도 캠페인의 폭을 넓혔다. 배우 박신양, 차인표, 박소담, 차지연, 김영옥을 비롯해 요리사 윤남노와 이연복, 가수 선우정아, 테이, 다영, 송가인, 방송인 조나단 등이 각자의 ‘버팀 노래’를 소개했다.
전 야구선수 윤석민, 의사 이광민, 뇌과학자 장동선, 계단뿌셔클럽 대표 박수빈, 한강수난 구조대와 109 상담원 등도 자신의 경험을 나눴다. 투병과 상실, 방황, 오랜 무명 시절처럼 서로 다른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메시지를 건넸다.
2회에 출연한 요리사 윤남노는 요리에서 쓴맛이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잡아주듯 삶의 어려움도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방송 이후 이 메시지는 누리소통망에서 화제를 모으며 프로그램이 전달하려던 공감의 방식이 시청자에게 확산되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또 다른 특징은 시청자를 콘텐츠의 수용자에 머물게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키크니의 사연 공모>, <여러분의 버팀송을 알려주세요 이벤트>, <굿모닝 FM> 등을 통해 국민이 직접 자신의 사연과 노래를 보냈고 모두 3,300여 건의 참여가 이어졌다.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마련된 청음회에는 국민 60여 명이 초청됐다. 방송에서 소개된 이야기를 함께 듣고 음악을 나누는 자리를 통해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참여로 시작해 다시 사람들의 공간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었다.
진행자 이석훈, 이준, 딘딘은 출연자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음악을 만들었다. 세 사람이 함께 만든 첫 공식 음원 ‘같이’는 8월 22일 MBC <쇼! 음악중심>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8월 28일에는 딘딘이 작사·작곡한 두 번째 음원 ‘109’가 공개됐다.
두 음원은 저작권자의 동의를 거쳐 마지막 방송 이후에도 MBC <플레이리스트 109> 공식 누리집에서 개인이 무료로 내려받아 비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노래가 개인의 일상에서 계속 기능하도록 한 것이다.
국민이 직접 보내온 109곡 역시 방송 종료와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 <플레이리스트 109> 공식 곡 목록은 프로그램 취지에 공감하는 음원 플랫폼을 통해 종영 이후에도 계속 서비스될 예정이다.
8회로 구성된 방송은 9월 8일 밤 9시 최종회를 방송한다. 방송인 조나단과 요리사 이연복의 이야기와 함께 국민 60여 명이 참여한 청음회가 소개된다.
<플레이리스트 109>가 남긴 것은 한 편의 방송이나 캠페인 영상에 그치지 않는다. 3,300여 건의 사연과 109곡의 노래가 모이면서 ‘버틴다는 것’에 관한 개인의 경험이 서로에게 건너갈 수 있는 콘텐츠가 됐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노래가 남는다면 109라는 숫자 역시 위기의 순간에만 떠올리는 번호에서 누군가의 일상을 지탱하는 기억으로 확장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