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삼국지로 본 “비둘기 김정은”

ipecnews 기자

작성 2020.07.01 14:00 수정 2020.07.01 14:00

 칼럼니스트 차정식

   

6월 말, 탈라스 시내의 나지막한 아파트 단지 하나가 카라탈나무에 둘러싸여 따가운 초여름 햇살을 조용히 받고 있다. 남향의 아파트에서 가장 높은 4층 바로 앞 나무에는 홍비둘기가 둥지를 틀어 이미 새하얀 비둘기 알 두 개를 품었다.

지난 4월부터 창틀에서 홍비둘기 버드 피딩(bird feeding: 새 모이 주기)을 하고 있는데 간혹 다른 비둘기나 박새가 주변에서 얼씬거리기라도 하면 두 마리가 득달같이 달려와 낯선 자를 사정없이 쫓아내곤 한다. 이렇게 욕심쟁이이긴 하지만 울음소리는 집비둘기의 가래 끓는 소리와 달리 아주 맑고 고운 옥구슬 구르는 소리가 낸다.

이 홍비둘기는 체형이 우리나라 산비둘기와 비슷하고 깃털은 옅은 회갈색이지만 뒷목으로 폭 0.5cm 길이 5~6cm 정도의 검은 띠를 두르고 있는데 특히 눈과 다리가 붉어서 홍 비둘기란 이름을 얻은 것 같다. 얼른 보아서는 전혀 암수 구별을 할 수 없지만 자세히 살피면 뒷목에 두른 검은 띠가 약간 다르다. 암컷의 띠는 굴곡지고 바르지 않으나 수컷은 그런대로 각지고 고른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다.

 

저들이 금년 봄에도 저 자리에서 산란을 하여 알을 품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49일 중앙아시아 탈라스 분지에 갑자기 흩날린 눈발이 적설량 20cm를 넘어서면서 눈 폭탄이 비둘기 집을 덮쳤다.

그래서 당시 영상 20도를 상회하던 봄날이 갑자기 영하 7도로 급강하하면서 변덕스런 고산지대 날씨의 진면목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이 엄청난 악천후에 홍비둘기는 품고 있던 알을 포기하고 둥지를 탈출해야만 했는데 이후 두 달이 지나서 다시 예전의 둥지로 돌아와 또 알 두 개를 낳은 것이다.

홍비둘기는 마치 북한 김정은의 동선처럼 매우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둥지를 드나든다.

창가의 먹이통에서 둥지까지의 거리가 불과 23~24m이지만 올 때나 먹이를 먹고 돌아갈 때나 언제나 그냥 질러가는 법은 절대로 없다.

옆 가지에 앉았다 무성한 나뭇잎 터널을 지난 다음 다시 전깃줄에 앉아 시간을 좀 보내며 주위를 살핀 후 마침내 창가로 온다. 먹이를 먹고 갈 때도 역시 동선을 복잡하게 만드니 미리 둥지를 알고 있지 않으면 그 위치를 여간해서는 알아내기가 힘들다.

 

비둘기의 움직임도 이러한데 하물며 김정은의 동정을 얼핏 한 번 보고 그의 현재를 단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북한은 항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의 행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구식 잠수함으로 수심 40m 아래의 뻘밭에 엎드려 기다리다 천안함을 향해 어뢰를 날리는 은밀한 사람들인데 김정은이 한 며칠 안 보이는 것으로 죽었다고 판단하거나 또 두어 번 나타났다고 해서 그의 건강이 온전하다고 믿어서는 안된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적에게서 얻은 정보의 많은 부분은 서로 모순되고 더 많은 부분은 거짓이며 훨씬 더 많은 부분은 상당히 불확실하다고 했으며 고의적인 노출은 오히려 위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번 김정은 사망설이 나돌 때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무언가를 제법 아는 듯 김정은은 살아있고 건강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설마하니 김정은이 문정인에게 일일보고를 했을 리도 없고 단지 자기들에게 유리한 역정보를 문재인 정권에게 조금 흘린 것 그 이상은 절대로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문정인이 마치 무슨 대단한 정보나 가진 듯이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자신이 북한의 그런 기만술에 놀아난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아예 북한을 위해 놀아나주기로 작정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이런 기습과 매복 그리고 기만술은 동양인 특히 중군인의 장기로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며 이를 병불염사(兵不厭詐)라고 했다.

 

병불염사(兵不厭詐) 전쟁에는 속임수도 마다하지 않는다.

 

삼국지에서는 조조가 병불염사(兵不厭詐)로 끝까지 거짓말을 하는 대목이 있다.

관도대전 중, 원소와 갈등을 겪던 허유가 원소의 군영을 나와 밤길을 걸어서 곧장 조조의 영채로 가자 조조가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 자리에서 허유는 자신이 이미 첩보를 통해 알고 있었던 조조군의 군량 사정을 조조의 입을 통해 한번 확인하고 싶어했다.

현재 군중에 군량이 얼마나 있습니까?”

1년은 지탱할 수 있소.”

허유가 웃으며 말했다.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인데?”

반 년.”

허유가 소매를 뿌리치고 일어나 종종걸음으로 장막을 나가면서 외쳤다.

나는 진정을 가지고 투항했는데 어떻게 나를 이처럼 속입니까?”

조조가 허유를 만류하고 말했다.

화내지 마시오. 내가 진실을 말하겠소. 군량은 3개월분이오.”

세상 사람들이 다 맹덕(孟德: 조조의 자)을 간웅이라 말하더니 지금 보니 과연 그렇구나!”

조조가 웃으며 말했다.

어찌하여 병불염사(兵不厭詐)란 말을 들어보지 않았소?”

마침내 허유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데 이것마저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단 한 달분 군량.”

이제는 도리어 허유가 화를 내지도 못하고 오히려 애원을 했다.

제발 나 좀 그만 속이시오. 이미 군량이 바닥났지 않았소!”

조조가 놀라 물었다.

아니 어떻게 그것을 알았소!”

최재천 교수는 일개 미물인 개미도 만만찮은 기만전술을 쓴다고 그의 저서 개미제국의 발견에서 소개하고 있다.

꿀단지 개미(honey pot ants)는 먹이를 발견했으나 이웃과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면 접경지역에 군대를 파견한다. 그래서 이웃이 아군을 경계하느라 여념이 없는 사이에 꿀단지 개미는 먹이를 수확해 들인다.

이것이 바로 성동격서(聲東擊西) 전술인데 이런 꿀단지에게도 다른 적수가 있다. 코노머마 개미(conomyrma bicolor)는 좋은 먹이를 발견하면 그들이 먼저 군대를 파견하여 꿀단지 개미의 굴을 포위한다.

이들이 주변에 있는 작을 돌을 꿀단지 개미의 굴속으로 계속하여 떨어뜨리면 갑자기 산사태를 만난 꿀단지 개미는 돌을 치우기에 여념이 없다. 이 사이에 코노머마 일개미들은 먹이를 죄다 수확해 들인다. 가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것이다.

개미도 기만전술을 쓰고 비둘기도 행적 노출을 꺼리는데 김정은의 동선을 제대로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무리이다. 그가 일시 사라져도 사라진 것이 아니며 잠시 얼굴을 나타낸 것으로 건재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도 아니고 일개 김여정이 문재인 정권을 향해 요즘 기분이 좀 나빠서 너를 손봐야하겠다는 듯이 일갈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부랴부랴 대북전단 금지법을 만드느라 야단법석이다. 이 공갈은 북한의 성동격서인데 여당이 마치 자기 집에 굴러온 돌을 치우는 꿀단지 개미처럼 허겁지겁 허둥대고 있으니 비둘기나 개미의 지혜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게 아니면 국민을 아주 개미나 비둘기로 여기는 당이던지.

 


Copyrights ⓒ 출판교육문화 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ipecnews기자 뉴스보기